아름다운 팽나무 숲길, 명월리로 가다
여름날 시원스런 그늘로 더위를 식혀줬던 팽나무들이 가을이 되자 갈색톤으로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풍성한 작은 잎새들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마을로 향했다. 즐비하게 늘어선 팽나무숲 길이 가을날의 운치를 더해준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는 서부지역 중산간 마을이다. 명월리는 예전에 상명리, 옹포리, 동명리, 금악리를 포함해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현재는 상동, 중동, 하동으로 나뉘어 있다.
고군봉 명월리장은 “산세가 좋고 학자가 많이 배출되어 청풍명월(淸風明月)이란 뜻에서 명월리(明月里)”라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 이장은 “선비의 얼을 이어가는 역사가 깊은 마을이”며 제주도 지정기념물인 명월대, 명월 팽나무 군락지 명월성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명월리 마을길로 들어서면 제주도 기념물 제29호인 ‘명월성지’가 눈에 띈다. ‘명월성지’는 명월리와 동명리 일대에 남아 있는 조선 시대의 성터로 우리의 중요한 역사문화자산이다. ‘명월성지’ 또는 ‘명월진성’이라 불린다. 명월성지는 한림읍의 군사적요충지 역할을 담당했던 곳인 만큼 성 위에 올라서면 비양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명월성지는 동·서·남쪽에 성문이 있었다고 한다. 성 안에는 물이 항상 솟아나 물 걱정이 없었다고 한다. 명월성지는 둘레가 3,020척, 높이가 8척으로 규모가 큰 성이였다. 하지만 현재 복원된 것은 일주도로 주변 일부만 이다.
명월리 팽나무 군락은 제주도 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됐다. 팽나무 군락은 명월천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명월천 양쪽에 늘어선 팽나무 숲길은 약 600m에 이른다. 명월리 팽나무 숲길은 지난해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 이장은 “명월리 팽나무들은 500여 년이 훨씬 넘는 거목”이라며 “과거에는 100여 그루 가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이장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많은 나무가 고사해 현재는 60여 그루 남아 있다”면서 “마을 지역주민들이 팽나무 숲을 살리기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고 이장은 “명월천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이면 명월천을 따라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완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팽나무 군락지 하천에는 제주도기념물 제7호 ‘명월대’가 있다. 명월대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고 장기와 바둑을 두던 곳이다. 명월대는 3단 축대로 돼 있으며, 가로와 세로의 길이는 각각 4.9m다. 명월대 옆 하천 바위에 마애명이 있다. 또 명월천에는 쌍무지개 모양의 홍예교가 있다. 다리 밑이 무지개와 같이 반원형이라 하여 ‘홍예교’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백난아 노래비’도 볼 수 있다. 명월리가 고향인 백난아를 추모하기 위해 옛 명월초등학교 앞에 세워져 있다. 고 이장은 “현재 폐교가 된 명월초등학교 안에 백난아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라”이라고 했다. 이어 고 이장은 “마을 만들기 사업 초기 단계”라면서 “자연환경을 살리는 방안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명월리 지역주민이 자연환경을 중요시하는 대목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나뭇잎 사이로 무늬를 내던 햇살도 저물녘 바람을 타고 저물어간다. 우두커니 선 팽나무군락만이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팽나무 아래 앉아 고개를 들어보면 온통 팽나무 잎새로 빼곡하니 가을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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