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성스러운 대지, ‘아라동’

제주영주 2015. 1. 28. 21:39

성스러운 대지, ‘아라동’

별빛에 취하고 눈꽃에 취하다

 

하얀 눈꽃이 소복이 내려앉은 성스러운 대지, 한라산신제단을 수호하듯 거목들이 위엄스럽게 지키고 있다. 제주시 아라1동에 소재한 산천단(山川壇)의 겨울 풍경이다. 산천단은 여느 마을과 달리 겨울이 일찍 찾아온다. 겨울날 이곳에선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인적이 끊긴 오지마을처럼 고즈넉한 바람소리와 함께 고요함만이 스며든다. 산천단은 오름과 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승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산천단의 옛 지명은 숲이 우거진 곳이라 하여 ‘소림(小林)’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라산 정상에서 봉행됐던 한라산신제를 이곳으로 옮겨 제를 올리게 되면서 산천단이라 부르게 됐다. 산신제 제단은 소산오름 북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500~600년이 되는 웅장한 곰솔 8그루가 제단을 수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천단 곰솔은 높이가 21~30m이며, 둘레는 6m가량 된다. 이곳 곰솔은 수세가 웅장하고 기품이 있으며, 신성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전명종 한라산신제봉행위원장은 “산천단은 한라산신제를 비롯해 포신제, 기우제 등이 봉행되는 유서 깊은 곳”이라고 자부했다. 탐라국시대부터 내려온 한라산신제는 매년 2월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북쪽 기슭에서 봉행됐었다. 혹독한 겨울에 산신제가 치러졌기 때문에 제물을 지고 올라가는 주민들이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하자 조선 시대 이약동 목사가 지금의 산천단으로 제단을 옮겨 제를 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한라산신제가 금지됐다가 해방 후 산천단 마을 주민들에 의해 부활하여 명맥을 유지해왔으며 지난 2009년부터 아라동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 전 위원장은 “2011년에 한라산신 고선비 3기와 제단 2식이 제주도 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됐고, 2013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신제 봉행위원회 지원조례’가 제정됐다”고 덧붙였다. 산신제 제단 옆에는 이약동 목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한라산신단 기적비가 있다. 특히 산천단에는 일제 강점기에 주둔했던 일본군사령부가 중국 등지에서 약탈한 금괴, 보물 등을 보관했다가 일본이 패전하면서 황급히 본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금괴 등을 이곳에 매장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전국 탐사가들이 총 6차례에 걸쳐 산천단 일대 금괴 발굴 작업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진정한 산천단의 보물은 금괴가 아니라 한라산신제를 모시는 제단과, 그 제단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아름드리 곰솔이다. 전 위원장은 “산천단 일대 사유지를 도에서 매입하여 성역으로 조성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아라동은 12개의 교육기관과 첨단과학단지, 제주대학교병원 등이 들어서 있다”며 “환경적으로 사람이 살기에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마을을 소개했다. 아라1.2동, 영평동, 월평동, 오등동으로 구성된 아라동은 13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졌다.

 

특히 아라동1동 인다마을은 동화 나라를 꿈꾸듯 골목골목 담장마다 아기자기한 동화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마을에선 어른도 동화 속 주인공이 되듯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아라동은 지난 2012년에 지역발전 특성화사업으로 삼의악 트레킹 코스와 연계된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를 개설했다. 녹색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이 탐방로는 오름, 숲, 하천, 역사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코스로 총 5.5km이며, 1·2코스로 나뉘어 있다. 제주 시내의 전경을 시원스레 볼 수 있는 삼의악 산책 코스는 1.6km이다. 이와 함께 올해 지역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아라동 둘레길도 조성됐다. 4개의 구간으로 이어져있으며, 총 10.8km이다. 특히 제주대학교 벚꽃길은 전국 봄 꽃놀이 'Best 10'에 꼽힌 명소다. 4월이 되면 연분홍 꽃잎들이 화사하게 피어나 벚꽃 터널을 이룬다. 봄날, 이 길에선 화사한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주의 야간여행을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제주별빛누리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곳은 제주의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최첨단 천문우주 과학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제주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치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영롱한 꽃으로 수를 놓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