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6일 금요일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첫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둘째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장 자신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섬일듯싶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도해로 유명한 아름다운 통영으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에 들꽃에 대한 집착이 심한 나와 병마와 싸우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딸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괴로워하는 언니와 여행 계획을 세웠다.
희귀한 꽃을 보기 위해 애태웠던 지난 난들을 돌이켜 보면 부질없는 욕심이었다.
나로 인해 희귀한 꽃이 사라진다면 굳이 희귀한 꽃을 만나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임을
이제야 느끼게 됐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마주치는 들꽃이 가장 아름다우며 내게 가장 소중한 들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은 이제 끝을 맺기로 했다.
슬픔과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들꽃이란 테마로 새로운 시각으로 들꽃을 바라보고 싶다.
여행은 배로 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서둘러서 제6부두로 갔다.
목포로 가는 배가 오후 5시 30분에 있다.
전 같았으면 뱃멀미를 했을 것인데 뱃멀미를 하지 않았다.
우선 6시가 조금 지나자 배 안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행할 때는 우선적으로
몸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에 맛은 없었지만 깨끗이 그릇을 비웠다.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했으나 뿌우연 날씨 탓으로 아름다운 노을은 접어 두기로 했다.
저녁식사 후 2등석으로 갔다. 언니와 나는 아래층 침대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막내딸은 2층 침대를 쓰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슬슬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막내딸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나를 깨우는 것이다. 일어나보니 커다란 섬이 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막내는 디카를 꺼내 찍기 시작했다. 웅장한 섬이 배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웅장한 섬이 사라지자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아도 보이는 것은
오로지 바다뿐이다.
이번 여행은 꽃 탐사도 아니오. 오로지 홀가분하게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다.
언니를 위로할 겸 나 자신을 위로해야 하는 여행이다.
마음속에 가득 채워지는 들꽃에 대한 집착을 스스로 비워야 한다.
비워내야만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있다. 가득 채워진 그릇에는 그 무엇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즐거운 여행은 아니다. 씁쓸한 여행이다. 조카가 살아 있을 때 함께 여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망망대해 바닷물처럼 가슴속 깊이 펼쳐진다.
잊으려 하면 더욱 가슴 속 깊이 생생하게 살아 꿈틀거린다.
어두운 장막이 온천지를 휘감아 버렸다. 바다도 하늘도 보이지 않는 세상 같다.
뱃고동소리가 울리자 안내방송이 나왔다.
배에서 내리자 10시 30분이 되었다.
우선 깨끗한 숙소를 잡아서 목포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그런대로 깨끗한 숙소였으나 물이 졸졸 나오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샤워를 했다가는 감기가 기승을 부릴 것 같아서 세수와 발만 씻고 잠을 청했으나
잠자리를 바꿔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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