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지구별을 닮은 오름

제주영주 2007. 1. 16. 15:01

 

지구별을 닮은 오름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보입니다.

 

 

 

 

다랑쉬오름 곁에는 작고 아담한 오름이 있다. 마치 어린 왕자가 사는 별처럼 앙증스럽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오름에 ‘아끈’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이다. 제주어로 ‘아끈’이란 ‘작은’을 뜻한다. 우뚝 솟은 다랑쉬오름에 비해 작고 앙증맞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비고가 58m로 나지막하다. 원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나, 정상과 분화구 기복 차가 거의 없다.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은 고즈넉하다. 겨울 오후의 바람은 은은한 금빛을 입에 물고 부는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바람에 눕는 풀섶마다 금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보라! 찬란하게 물든 겨울 한나절의 오름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소리를,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에 눕는 저 풀잎의 노랫소리가 황폐한 가슴을 적신다. 긴 호흡으로 겨울바람의 숨소리를 들여 마시면 그대들의 가슴속에는 황폐한 바람이 아닌 훈훈한 바람이 불 것이다.
아직 잠들지 않는 겨울바람 소리에 들려오는 늦가을의 정취가 숨어있는 것일까? 나풀거리는 풀섶의 노랫소리에 아직 남아있는 늦가을의 내음이 풍겨온다. 어디론가 떠나버린 풀벌레의 그림자를 밟아본다. 귓전을 울리던 은빛의 노랫소리가 그립도록 그리운 겨울 한낮 절, 그들의 노랫소리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도 들려온다.
가을은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긴 채 떠나버렸다.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밟으며 겨울에서 봄을 기다려본다. 아름다운 것은 떠나버린 가을의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보이는 법이다.
화려했던 여름날의 헤픈 웃음은 겨울바람에 쓸쓸한 모습이지만, 알알이 가득 채워진 작은 씨앗들이 행복의 단꿈을 나는 보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오름 산상에서 지난여름보다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그들의 꿈을 보았다. 그들의 꿈처럼 우리들의 꿈도 찬란하게 빛날 수 있어야 한다. 금빛으로 나풀거리는 풀섶을 헤치며 거니는 그들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은 긴 여운처럼 겨울 한나절의 오후를 거닐고 있다.
원형을 그리는 오름, 아담한 오름, 포근함을 안겨주는 지구별을 닮은 오름, 우리는 그 안에 있다. 아름다운 지구별 안에서 아름다움을 꿈꾸며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눈빛이다. 겨울나무처럼 꿈을 잃지 않는 눈빛이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띠는 가을의 남기고 간 여운이다. 왠지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오름, 서걱거리는 풀섶에서 가을의 그림자를 밟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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