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이 피었네요! 우리네의 할머니를 닮은 꽃, 할미꽃 일찍이 완연한 봄빛으로 들녘을 흔들어 깨워 놓고는 소리없이 봄의 노래가 팔랑거리고 있는데도 나는 성큼 봄과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노래가 어느 날 겨울 속에 갇혀 버렸습니다. 내 안에 겨울이 숨어 있었던 탓입니다. 칼바람을 앞세.. 들꽃 이야기 2007.03.11
생의 마지막 까지 진지한 삶을 잃지 않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좀딱취 갈바람에 단풍잎이 날개도 없이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날개도 없이 내려앉는 단풍잎 하나가 쓸쓸한 마음이라도 달래 주듯 화사하게 웃으며 내려앉습니다. 좀딱취를 만나려 가는 숲길은 쓸쓸한 숲길입니다. 휑하니 바람이라 불면 우수수 낙엽이 숲길을 휘날리며 늦가을의 마지막 편지가 곱게 .. 들꽃 이야기 2006.11.14
오름마다 보랏빛으로 물들다. 하얀 솜털이 부드러운 한라꽃향유 오름마다 보랏빛으로 물들다. 가을향기로 피어나는 꽃, 향유의 계절. 민틋한 오름 등선마다 보랏빛으로 곱게 물든 늦가을입니다. 가을 향기가 갈바람에 살며시 나부끼며 오름을 끌어안습니다. 끊어질 듯한 오름 능선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이어지며 다가와 앉습.. 들꽃 이야기 2006.11.09
가을 자락으로 스며들다 들판은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갈햇살에 부서질 듯 한 은빛 출렁임이 끝없이 갈바람에 흐느적거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예찬하듯 은빛 갈채를 보내오는 길을 지날 때마다 탄성을 질렀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일 테지요? 부드러운 바람 곁을 손끝으로 만져 보는 것, 고운 햇살이 .. 들꽃 이야기 2006.10.31
갯바람 맞서 꽃 피워낸 '바위솔' 흙 한 줌 없는 갯바위서 본 희망 연화바위솔을 찾아서 헤매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어딘가에 연꽃을 닮은 연화바위솔이 매서운 눈길을 피해 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찾던 연화바위솔은 아니지만 갯바위 틈에서 온 힘을 다하여 꽃을 피워낸 바위솔을 작년 겨울 문턱에서 만났습니.. 들꽃 이야기 2006.10.26
옛 맛이 그립다. 양하 ▲ 양하꽃 신비디움처럼 우아한 양하꽃 '양애깐'(양하의 제주어) 또는 '양애끈'이란 부르는 양하는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로 외형으로는 생강과 비슷하여 언뜻 보아서는 생강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양하는 잎이 넓고 1m가량 자랍니다. 제주에서는 양하를 울타리 밑에 심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물로 .. 들꽃 이야기 2006.10.04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추분취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 어떤 꽃도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그러나 첫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꽃이 있는가 하면 꽃이라 부르기에는 어색한 꽃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에 우선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꽃이라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꽃이 자꾸 나를 불렀지만, 처음 보는 순간 예쁘지 않다는 생각.. 들꽃 이야기 2006.10.01
고독한 들꽃 "수리취" ▲수리취 수리취를 처음 본 것은 한라산 정상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정상을 향해 헉헉거리며 오르는데 저 멀리 산 아래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까까머리 산골 소년과 맞닥뜨렸습니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꽃이라 부르기에는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외모, 밤송이 같은 까까머.. 들꽃 이야기 2006.09.28
아침을 여는 들꽃, 덩굴용담 ▲ 아침을 여는 덩굴용담 봄이 시작되면 양지바른 오름에서 제일 먼저 구슬봉이가 자그마한 나팔을 불고 있노라면 큰구슬봉이도 겨울 잠에서 깨어 나팔을 불기 시작합니다. 갯마을부터 봄꽃편지가 날리기 시작하면서 고산지대로 차츰차츰 번져갑니다. 5월이 되면 한라산 양지바른 곳에서도 봄하늘을.. 들꽃 이야기 2006.09.13
꽃 속에 숨겨진 비밀의 꽃 ▲ 꽃 모양이 배를 정박시킬 때 바다 밑으로 내려지는 닻을 닮았다 하여 닻꽃이라 합니다.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산등성에 서면 파란 하늘가로 날아오르고 싶어집니다. 소슬바람 한 줌 손에 꼭 쥐어 봅니다. 부드러운 바람은 손아귀를 벗어나 초록 이파리를 흔들어 깨우며 팔랑 이는 나비처.. 들꽃 이야기 200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