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송악산

억장의 노여움이 저 파도의 막무가내일까? 늦가을 송악산 기행, 그리고 형제섬·가파도·마라도…. 송악산으로 가는 길은 황홀하리 만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다. 그 황홀 하리 만치 아름다운 해변에서 거친 파도에 울부짖는 송악산의 울림이 들려온다. 제주의 아낙네처럼 검게 타버린 바위들을 보듬어주는 것은 속살거리는 파도와 거침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 가끔은 성낸 군마들이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오지만, 바위에 부딪히며 속절없이 부서지고 만다. 우뚝 솟은 산방산, 용머리, 형제섬,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의 바다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사면의 바다와 오름 천국,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섬, 축복의 땅이다. 이 아름다운 축복의 땅에 거칠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송악산 일대..

가을 한라산

가을은 오로지 화려하게 물드는 것만이 아니다. 6성판악 매표소에 도착하니 6시 40분.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붐비지는 않는다. 고요 속에 젖어 드는 산길에는 뽀얀 안개가 슬그머니 발아래로 내려와 살포시 적신다. 시야를 가린 안개 숲은 조용히 새벽을 연다. 우리는 숲에 무엇을 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다. 오로지 숲으로부터 받기만 한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없이 나무들은 조용히 아침을 맞이한다. 흙내음, 낙엽 내음, 맑은 샘물로 산을 찾는 이들에게 촉촉이 젖은 이끼처럼 파릇파릇한 생명을 주는 고마운 숲. 가을 산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살며시 부는 바람에도 기운 없이 내려와 앉는 낙엽들로 쌓여만 가는 가을 숲. 싱그럽게 청록빛으로 살아온 젊음을 기꺼이 바쳐 이제 노을빛으로 물..

도너리

보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도너리, 도너리 이름만 들어도 참 재미있는 오름입니다. 마치 도널드가 생각나는 오름이다. 도너리오름은 성이시돌 젊음의 집 수녀님 소개로 오른다. 정물오름에서 바라보면 분화구 안으로 둥그런 보름달이 쏙 들어가 있는듯하다. 도너리오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쉽게도 골프장이 개설되면서 소중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제주도는 골프장 천국을 만들 셈인가보다. 이 아름다운 오름 천국에 골프장 천국이 되는 느낌이다. 골프장 건설로 흙먼지 가득 날리는 산길로 접어 들어가면 목장 지대가 나온다. 포근한 햇살이 목장 지대로 내려와 앉는다. 살살 녹여주는 달콤한 가을 햇살 속으로 갈색 손을 흔드는 산꽃고사리삼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하게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 하여 화려한 색으로 유혹하지도 않으며,..

당오름

당오름 이시돌 목장 내에 있는 정물오름과 이웃해 있는 당오름. 이 당오름은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속한다. 해발 473m, 비고 118m의 규모로 원형의 분화구를 가진 화산체다. 당오름으로 가는 입구에는 하얗게 핀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예전에 이 오름에 당이 있어 당오름이라 불리고 있으나, 지금은 당 터의 흔적은 없다. 제주에는 당오백 절오백이란 말이 나올 만큼이나 당과 절이 그만큼 많았다. 이 오름을 비롯하여 구좌읍 송당리 당오름, 조천읍 와산리 당오름, 한경면 용수리 당오름 등은 당이 있어 유래됐다. 원형 화구에는 자그마한 둔덕들이 주인 없는 묘처럼 산재해 있고, 오름 동쪽 자락에는 암설류 둔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억새 물결을 헤치고 들어서면 목가..

새미소

성스러운 오름 금악리에 있는 새미오름 가을을 알리는 억새꽃이 오름마다 들녘마다 수를 놓는다. 들녘을 따라 가을 호수가 있는 새미오름을 오른다.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목장 근처에 천주교 성소인 ‘삼뫼소 은총의 동산’이란 표지석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담한 야외음악당처럼 꾸며진 기도소를 지나 대형십자가에 이끌려 고요함이 잔잔히 흐르는 가을 호수에 다다른다. 커다란 화구호가 펼쳐진다. 오름 분화구에서 펼쳐지는 호수다. 화구호 주위로 5개의 봉우라가 원을 그리듯 둘러져 있다. 새미오름은 비고 30m로 야트막하여 동산 같은 느낌이다. 오름에 샘이 있어 ‘새미오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오름은 천주교에서 성지로 조성된 곳이다. 샘이 솟아나는 주변으로 예수의 생애가 조각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법정악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의 합창…호젓한 숲 속으로 '가을마중' 서귀포 자연휴양림 나들이… 숲에서… 편히 쉬어 스르륵스르륵 은빛 날개 비벼대는 풀벌레 소리로 숲속의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가을이다. 넉넉히 주고도 또 주고 싶은 가을이다. 가을을 두 눈에 가득 담으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진다. 가을을 따다가 입 안으로 넣으면 가을 향으로 사르르 물들어간다. 가을을 두 손 가득 담으면 넘쳐나는 풍요로움으로 주렁주렁 열린다. 가을을 마음속 깊이 넣으면 가을 향으로 솔솔 넘쳐난다. 집을 짓는 가을, 가을이여. 참새 떼를 쫓는 허수아비의 고된 일과도 풍요롭다. 은빛 날개 속으로 가을은 무르익어가고 풍요로워지는 대지여. 하늘이여, 헐벗은 이들에게조차 입맞춤으로 나눌 수 있는 풍요로..

견월악

여름의 끝자락에 핀 들꽃들의 하모니... 견월악 가을을 노래하는 쑥부쟁이가 꽃대를 세우며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개오리오름 초입에는 방울꽃이 반긴다. 청아한 소리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산체가 넓적한 가오리 모양을 닮았다하여 개오리오름(가오리의 제주어), 또는 개가 달을 보고 짖는 형국이라 하여 '견월악'이라 한다. 그러나 자욱한 안개 속에서는 오로지 숲 사이로 함초롬하게 핀 들꽃만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올 뿐, 그 형국은 알 수 없다. 개오리오름은 5.16도로 조랑말 목장 근처에 있다. 크고 작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다양한 형태를 갖춘 복합형 화산체다. 개오리, 샛개오리, 족은개오리 3형제 오름인 셈이다. 개오리오름의 비고는 118m로 둘레 3,504m의 규모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