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물메

가는 겨울 "순백의 편지 속으로" 애월읍 수산리 물메오름 (水山峯)에서 ▲ 천연기념물 제441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나무의 크기는 수고 12.5m 둘레는 5.8m, 지상 2m 높이에서 원줄기가 잘린 흔적이 있고 그곳에서 4개의 큰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자라고 있다.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왔으나 가는 겨울이 아쉬운 듯 하얀 꽃잎을 앞세우고 순백의 편지를 보내온다. 하늘하늘 거리는 순백의 꽃잎은 마치 첫눈처럼 설렘을 안고 솜털 같은 꽃망울로 작별 인사를 고한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순백의 꽃으로 겨울의 정원을 채워 넣는다. 더러는 하늘가로 더러는 가슴에 꽂히며 이별의 눈물처럼 피어오른다. 아름다운 순백의 꽃처럼 겨울과 작별을 하며 애월읍 수산리에 있는 물메오름을 오른다. 물메오름은 봉우리에 연못이 있다 하여..

고수치오름

벌써 따사로운 남풍…시나브로 움트는 봄 홀씨 털어 낸 억새 따라나선 고수치 오름 ▲ 봄을 찾는 노루 아직도 겨울일까? 봄은 어디쯤 왔을까? 저 멀리 아지랑이 피어오르며 오는 것일까? 올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길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푸르스름한 청잣빛 산물로 새벽을 열어 한 잎의 잎새를 띄우고 소슬바람의 악기로 부드러운 봄의 교향곡으로 다가왔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다. 이미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소식을 전했는데, 설레는 봄 편지를 이제야 받았다. 설렘으로 가득 찬 노란 꽃봉투 속이 꼼지락거리며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은 길고 긴 그리움으로 열꽃을 터트리며, 우리들의 가슴에 꽂혀 꽃으로 탄생한다. 몇 달을 기다렸을까. 아니, 몇 ..

진물굼부리

인내하는 생명이 있는 겨울 숲 진물굼부리에서 절물오름으로 "나목들의 겨울연가" ▲ 키재기를 하면서 쏙쏙 돋아나는 새싹 겨울은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도 쉬지 않고 자연은 시나브로 변모해간다. 어제의 그 시간이 아니다. 오늘의 소중한 시간으로 내일을 꿈꾸는 시간으로 희망이 꼼지락거리며 파릇한 새순이 움트고 있다. 아삭아삭한 雪을 뚫고 용감하게 일어선다. 키재기를 하면서 쏙쏙 돋아나는 새싹 무리가 용감하다. 겨울 새싹처럼 용감하게 일어서야지 하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본다. 겨울 나목들이 울창한 진물굼부리.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진물굼부리는 비고 25m 둘레 1,171m로 남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다. 오름 전체가 낙엽수와 상록활엽수로 울창하다. 진물굼부리는 거친오름과 절물오름에 비해 ..

신령스런 영아리

겨울연가 속으로 떠나는 신령스러운 오름 영아리, 마보기 ▲ 신령스러운 오름, 영아리 금빛 풀섶으로 드리워진 마보기오름 초입, 홀씨를 훌훌 털어버린 억새의 겨울연가가 들린다. 누런 억새풀의 청빈함 속에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보기 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속한다. 마보기오름은 표고 560m, 비고 45m, 둘레 859m의 규모로 야트막하여 한결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함박눈이 흩뿌리며 스치고 간 빈 들녘에서 마음을 녹여주는 자연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만이 아니듯이, 가슴으로 들려오는 미세한 고운 선율이 산들바람에 실려 봄비처럼 잔잔하게 밀려온다. 사르륵사르륵 사락사락 옷깃을 스치는 풀섶의 노래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잿빛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른..

민오름

순백의 하얀 추억…雪來는 삼나무 숲길 '그 속으로' 눈밭 위에서 '추억 스케치' ▲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겨울 삼나무 숲길은 귀빈사로 가는 길입니다 솜털 같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사뿐히 하얀 깃털을 펄럭인다. 마치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안내할 것만 같은 겨울 아침. 화롯가 옛이야기처럼 속닥속닥 거리듯 산수화가 펼쳐진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기다란 삼나무 숲길, 곧게 뻗어있는 송당목장 삼나무 숲길은 고요 속에 옛이야기가 숨겨있다. 하늘에는 작은 천사들이 날개를 펴며 싱그러운 삼나무마다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첫길을 걷는다. 고요를 깨트리는 발걸음 소리, 뽀드득뽀드득 그 누구도 걷지 않는 첫길을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하얀 솜사탕 같은 눈길에 추억의 발자국을 남겨 놓는..

한라산

가도 가도 속절없는 눈 멀미…눈꽃, 그리고 영실기암 설경이 특히 아름다운 눈꽃 명산, 한라산 ▲ 설원의 숲은 고난 뒤에 찾아오는 평온함이요, 행복의 숲입니다. 살포시 꽃을 피워낸다. 눈을 뜰 수가 없을 만큼이나 하얀 눈꽃이 만발하다. 곱게 날갯짓을 하며 머리 위에서 가슴으로 발아래로 내려와 앉는다. 살포시 내려앉는 날갯짓에 눈꽃이 피는 줄도 몰랐다. 온통 설원 속에 갇힌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눈꽃이 화들짝 피어나 요술을 부린다. 하얀 나라를 건설하는 한라산. 영실에 도착하니 혹독한 바람 속에서도 우뚝 서 있는 오백장군의 늠름한 기상이 넘쳐난다. 감기 기운에 콜록거리면서도 마다하지 않고, 겨울 산행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순백으로 덮인 설원의 세상을 보기 위함만은 아니다. 살갗을 에는 칼바람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