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고근산

인간과 자연의 일체 "초록의 공명(共鳴)을 예찬하다." 비 오는 날 찾은 고근산 밤새 빗소리가 정겹도록 자장가를 불러주더니, 아침이 되어서도 비는 그치지 않고 천둥과 함께 빗방울 소리는 요란하다. 비가 내리는 아침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푸짐한 식탁을 마련하기 위해 무언가 볶아대는 느낌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늘 행복 속에 단잠을 잘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비는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사색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그동안 메말랐던 대지를 촉촉이 적셔 내려줬는데도, 고마운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산책코스가 마련된 오름이 좋다. 고근산은 산책로가 정비돼 있으며, ‘엉또폭포’까지 볼 수 있어 비오는 날 오름 탐방하기에 제격이다. 고근..

이승악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이승악으로 가는 길은 온통 초록빛 짙은 초록으로 물든 나뭇잎이 하늘을 가린다. 작은 이파리들이 두 손 가득 진초록의 빛으로 가득 채운다. 5.16도로 숲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 출렁출렁 초록의 물결을 선사한다. 얼룩진 마음을 닦아 내려주는 작은 이파리들이 감사하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싱그러운 마음으로 가득 채워지는 아침이다. 초록으로 가득 찬 숲길은 언제나 마음을 씻겨 내려주는 청량음료와 같다. 동수교와 논고교 중간 지점 좌측(동쪽)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표고밭이 나온다, 표고밭 주인아주머니께서 지금 현재 위치에서는 이승악 찾아가기 어렵다며, 신례리 쪽으로 가라고 한다. 하지만 오름을 찾아가는 사람이 쉬운 쪽으로만 선택할 수 있으랴! 온통 우거진 숲속을 거닐고..

물찻오름

푸르릉…토옥…사르륵…휘익… 그리고 산정호수 나무들의 수런대는 소리를 들으며 물찻오름에 오르다.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숲, 물찻오름. 5·16 도로에서 비자림로를 진입하여 약 1㎞ 지점 오른쪽의 길을 따라 4.7㎞를 가면 물찻오름 입구에 이른다. 해발 717m에 위치한 이 오름은 비고 167m, 둘레 3,426m로 정상에는 100m가 넘는 원형의 화구호가 있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 하늘을 가린 숲, 5월의 물찻오름에는 어떤 꽃들이 반겨줄지 궁금하다. 작은 꽃 하나에도 이름을 부르며 숲속의 호수를 향해 오른다. 오름 정상에는 산정호수가 펼쳐진다. 호수는 잔잔하다. 초록 나무들이 호수 안으로 발을 담그면 금세 초록 물로 가득 채워 놓을 듯하다. 원형을 그리는 숲속의 호수, 원형을 그리는 숲, 덩달아 우..

가마오름

침묵속에 역사는 증언한다. 평화 박물관 추적거리는 빗속을 뚫고 뿌연 안개 속으로 잊혀져가는 역사 기행을 떠난다. 세상은 평온하고 지난 과거의 상흔들은 침묵 속에 잠겨있다. 언제 그랬느냐 듯이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는 한경면 청수리 평화동. '평화동'이란 이름만 들어도 평화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그 모든 것이 화목하며 평화로워 보이는 곳, 평온한 모습으로 야트막한 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해송과 잡목으로 어우러져 있는 가마오름이다. 이 오름은 비고 51m, 둘레 2,059m 규모로 발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오름명의 유래는 마치 가마솥을 엎어놓은 듯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내려고 오고 있다. 그러나 '가마'는 검(검·감·곰·굼)(神)에서 온 것이라 하여 신령스런운 오름이라고도 한다. 이 신령스런..

비양도

비양도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오름과 본섬을 중심으로 우도, 섶섬, 범섬, 마라도, 비양도, 추자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펼쳐진다.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독특한 풍광 덕분이다. 섬이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어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가슴 한편에 묻어두곤 한다. 섬 여행이란 늘 설렘을 갖게 한다. 한림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약 15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 옥빛 바다에 비양봉이 우뚝 솟아있다. 섬 자체가 하나의 오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양봉 기슭으로 나지막한 집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듯 포구 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압개포구에 내리면 휴게실과 화장실이 보이는 건물 앞에 살아있는 화산섬을 상징하는 천 년 탄생 비가 세워져 있다. 고려 목종..

제지기오름

쪽빛 바다..... 보목동 속살에 숨자. 제지기오름 ▲ [기다림]누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까······. 슬픔이 가득 고여 흐르는 듯한 석상 애기달맞이꽃, 코스모스 몇 송이가 갯바람에 살랑거린다. 해안가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슬픔이 고여 흐르는 듯한 망부석이 보인다. 수평선 너머로 나지막한 지귀도를 바라보는 여인상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을까? 애잔함이 묻어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은 이것만은 아니다. 슬픈 여인상을 지나서 또 다른 거대한 석상을 지나 보목리 포구에 도착하면 섶섬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섶섬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섶섬 동쪽 끄트머리에 한국의 여인상으로 걸맞은 석상이 보인다. 한 많은 제주 여인들의 옛 모습처럼 애달프다. 가만히 보..

좌보미

원시의 모습 그 부드러움, 좌보미 진초록 물씬, "서로 한데 어울려 하나가 되다." ▲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한데 어울러 하나가 되는 오름 후텁지근한 초여름, 진초록 물결이 넘실거리는 목장에는 소 떼들이 풍요 속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푸르게 옷을 입은 산체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좌보미오름, 이 오름은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속한다. 좌보미오름은 비고 112m, 넓이 4,898m로 5개의 봉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서쪽에서 보면 숲으로 우거진 하나의 봉우리로 보인다. 주봉 뒤에 숨겨진 큰 봉우리만 해도 4개나 된다. 주변의 작은 알오름과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네와 같다. 도란도란 어깨를 기댄 채 옹기종기 모인 오름, 속닥속닥 거리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한발 한..

북돌아진오름, 괴오름

비바람으로 목욕을 한 진초록의 물결.. 괴오름,북돌아진 오름 이름만 들어도 음산한 오름이다. 괴오름을 가려고 시도를 하는 날에는 비가 내리고 전깃줄이 바람에 음산하게 윙~ 윙~ 울어댔다. 괴오름으로 가는 목장까지 가다가 내려온 적도 있었다. 이렇듯 괴오름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름이다. 더구나 풀들이 무성해지는 계절에는 난감하다. 그렇다고 하여 괴오름을 포기할 수 없다. 비 온 후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더욱더 싱그럽다. 진초록 물결이 출렁이는 목장 안에는 말들이 한가롭게 여름으로 가는 햇살을 누비고 있다. 싱그러운 계절을 만끽하는 들녘은 평온해 보인다. 오름이라 하여 쉽게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하며 괴오름과 이웃해 있는 북돌아진오름을 오른다.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