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오월의 한라산

5월 한라산 "단풍 부럽지 않은 꽃물" 봄의 끝자락…산철쭉·진달래 흐드러져 ▲ 오월의 한라산 어둠이 내려앉은 어리목광장으로 별들이 총총 반짝이며 내려온다. 별빛과 랜턴의 불빛만을 의지한 채 어둠이 깔린 어리목 숲길을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는다. 한라산을 행해 어둠의 자락을 한 올 한 올 걷히며 오른다. 뻐꾹새가 뻐꾹~ 뻐꾹~ 모습을 감춘 채 제일 먼저 반긴다. 서서히 어둠의 자락이 걷히자 초록으로 단장한 숲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울울창창한 숲속에 갇혀 버려도 좋을 만큼이나 신선한 새벽공기가 살며시 불어온다. 한라산에는 개구쟁이 새가 있나 보다. 그 소리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마치 누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워워워~ 워워워~·”모습을 감춘 새가 지저귄다. 그에 화답으로 “그래 반갑다. 워워워~ 워워..

군산-단산

봄의 햇살을 닮은 들꽃들이 피어나는 오름으로 오름도 성별이 있는 것일까? 남자형이라 하여 숫오름이라 불리는 오름은 시오름, 돌오름, 굴메오름 등이 있다. 숫오름이란 별칭을 가진 굴메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창천리에 있다. 굴메오름은 비고 280m, 둘레 8,111m로 원추형 화산체다. 태평리에서 바라보면 뿔바위가 도드라지다. 굴메오름은 ‘굴메’ 또는 ‘군산’이라 부른다. 굴메오름은 탐방로가 되어있어 오르기 쉽다. 특히 이 오름은 정상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오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있다. 작은 꽃들이 깔깔거리며 연노란 햇살을 듬뿍 받고 있다. 들꽃의 속닥거림이 들려오는 햇살 좋은 날이다.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연노란 햇살을 머금은 들꽃의 인사를 받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옮겨놓다 보면 금세 정상에..

까끄레기오름

까끄레기오름·샛노란 꽃 물결 그곳에는 아름다운 들꽃과 평화로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 유채꽃 향기로 진동하는 봄 ▲ 까끄레기오름 - 유채꽃잔치가 열렸던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관광단지 자그마한 오름이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자잘한 풀꽃을 품고 있는 까끄래기오름. 산체가 큰 오름은 웅장한 맛이 있어 좋고, 야트막한 오름은 정감이 가서 좋다. 이처럼 크고 작은 오름이 모여 독특한 멋을 그려내는 제주의 풍광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름이 특이한 이 오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름나그네 김종철 선생은 '꼬끄다' 혹은 '고꾸다'라는 말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꼬끄다', '고꾸다'는 말과 소를 들에 놓아 살피면서 풀을 먹인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다. 까끄래기오름은 표고 429m, 비고 49m, 둘레 1,338m인 규모로 정상..

우보오름

왕벚꽃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들꽃을 만나다! 소가 걸어가는 형국 우보오름 하늘에는 왕벚꽃이 하얀 날개를 펴고 들녘에는 샛노란 유채꽃 향기로 한창 무르익어가는 4월이다. 사월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바람도 불지 말아라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이슬비도 내리지 말아라 꽃비로 내릴 터이니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시간조차 멈추어라! 언제나 젊음을 상징하는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새순이 돋아나면 싱그러운 여름이 있기 마련이다. 녹음이 짙어지면 곱게 단풍 드는 가을이 오는가 하면, 헐벗은 겨울 나목처럼 구부정한 노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고개를 숙인 할미꽃이랑 제비꽃, 솜나물꽃이 여기저기서 반기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들꽃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오름이다. 여기저기 이름 모를 들꽃이 곱게 피어난다. ..

궤물오름

토요 첫 휴무…지금 자녀들은 흙내음을 알까요? 이 봄에 떠날 수 있는 생태 기행지, 궤물오름 ▲ 궷물 주변으로 나들이 나온 새끼노루귀 # 개구리알, 도롱뇽알, 그리고 '노루의 귀'처럼 귀엽게 생긴 '새끼노루귀' 가끔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자녀는 자녀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으로만 내몰고 있지 않나 싶다. 시험이라는 제도에 살아가고 있는 슬픈 세대들이다. 맘껏 산으로 들로 뛰어놀지 못하는 슬픈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고향의 내음은 바로 흙내음이 아닐까? 자녀들은 흙내음을 알까? 풀 내음을 알까? 그저 아는 것은 향기 없는 꽃향기를 알고 있겠지…. 조금 뒤떨어지면 어떤가. 천천히 달팽이처럼..

족은노꼬메

산, 나무, 꽃, 풀, 흙…. 숲의 생명을 위하여 한적한 오솔길 따라 족은노꼬메로 가다. 산새 소리 들려오는 오솔길 따라 하늘을 가린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솔향기 풍겨오는 한적한 오솔길에는 즐비하게 늘어진 산수국 헛꽃이 반긴다. 헛꽃 위로 봄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날개를 펴며 팔랑이는 한 마리 나비처럼 곱게 춤을 추는 산수국 헛꽃, 한때는 하늘빛 춤결로 곱게 물들어 한층 산길이 화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을 기다리는 산수국 헛꽃은 한층 단아하다. 한겨울 거센 눈보라에도 춥다고 그 한마디 내뱉지 않고, 가슴 깊이 차곡차곡 쌓여 익을 대로 익은 산수국 헛꽃. 그 단아한 모습은 마치 모시 저고리를 걸친 나비처럼 아름답다. 한적한 오솔길 따라 산수국을 벗 삼아 한참 걸어가노라면 족은노꼬메 기슭에 다다른다..

것구리오름

붉은 설렘…'톡' 터지는 봄 "세상 시름 잊혀지다" "숲, 너는 영원히 푸르거라" ▲ 상록의 푸른 이파리로 여름, 가을을 지나 꽁꽁 얼어붙은 눈 속에 온 힘을 다하여 붉은 선혈로 피어났습니다. 입춘도 지나 경칩도 지났다. 아가야 눈망울 같은 들꽃들의 봄 인사에 또다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치면서 눈(雪)이 휘날린다. 그러나 그 정도의 강풍에는 끄떡도 없다.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나비와 새들을 위한 봄꽃잔치를 베풀기 위해 봄꽃들이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햇살에 피어나는 노란 양지꽃, 강풍에도 시들지 않는 동백꽃, 붉은 입술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긴긴 겨울을 이겨내며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가냘픈 날개에 봄내음을 안고 오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겨우내 숨겨 둔 달콤한 꿀을 드리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