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체오름

체오름은 송당리와 덕천리 경계에 걸쳐져 있다. 체오름의 모양새가 곡식을 까부는데 이용되는 ‘키’ 혹은 ‘체’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제주어로 골체(삼태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골체오름으로도 불린다.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한겨울인데도 푸름으로 가득 찬 수목원이 있다. 개인소유의 수목원 길은 자연 그대로다. 오랜만에 흙을 밟으며, 상념에 젖어든다. 수목원에서 체오름 분화구로 진입할 수 있다. 체오름의 높이는 117m로 그다지 높지 않다. 분화구의 바닥은 높낮이가 다른 이중의 층을 형성하고 있다. 분화구 중심에는 3개의 새끼오름이 있다. 북동쪽으로 크게 열려있는 말굽형인 체오름 입구에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마치 아치형인 성처럼 성벽을 이루는 모습은 여느 오름과는 사뭇 다르다. 홀씨를 털어 낸 ..

바굼지오름

바굼지오름의 아픔 속에 강직함을 배웁니다. ▲ 바위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통 거대한 바위로 둘러싸여 있는 오름 단산(바굼지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는 겨울이 없는 것 같다. 온통 싱그러운 푸름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곳, 우뚝 솟아오른 산방산 곁에 야트막하게 길게 누운 바굼지오름이 보인다. 바굼지오름은 표고 158m로 원추형이다. 이 오름은 일반적인 오름과는 다르다. 바위 암벽으로 둘러있으며, 3개의 암반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있는 바위산 형상이다. 대정향교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으며, 툭툭 튀어나온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 마치 곧은 선비의 강직함을 표현이라도 하듯이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바굼지오름을 그리면서도 오르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수천 번을 바라보며 담아냈을 뿐..

안돌과 밧돌

그림자처럼 따라나서는 안돌과 밧돌오름 ▲ 전형적인 민둥산 안돌 송당 어귀에서 구불구불한 농로로 들어선다. 둘이 하나로 보이는 민둥산이 눈에 들어온다. 거슨세미, 밧돌오름, 안돌오름, 체오름 서로 한데 모여 오름 군락을 이룬다. 그중 밧돌오름과 안돌오름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히 둘인데 하나처럼 보인다. 실 가는데 바늘이 따라가듯이 밧돌오름이 가는 곳에 안돌오름이 있고, 안돌오름이 가는 곳에 밧돌오름이 따라나서는 오름은 서로 닮은꼴이다. 서로 다정다감하게 기대고 있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을 합쳐 흔히 돌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돌오름은 비고 93m, 둘레 2,093m로 북서쪽과 남동쪽의 2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두 봉우리 사이에 동쪽으로 입구가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다. 고운 풀밭..

족은바리메

마지막 남은 단풍의 작별 족은바리메 한 주라도 오름을 오르지 못하는 날이면, 아쉬운 대로 꿈속에서라도 오름을 오른다. 오름의 정기를 받지 못해서 그런지 한 주 내내 기운도 없고 몸살이 난다. 무거운 마음을 가방 속에 가득 담아 오름에 오르면, 어느새 무거운 짐들은 솔솔 빠져나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 좋은데, 오름을 오르지 못했으니 그 얼마나 마음 가득 무거웠는지 모른다. 큰바리메와 이웃해 있는 족은바리메. 드넓은 목장 길에는 시멘트포장이 되어있어 족은바리메 기슭까지는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탐방로가 정비되어 있어 오르기에 완만하다. 족은바리메는 다양한 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부드러운 낙엽을 한발 한발 밟으며 헐벗은 숲속으로 들어섰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낙엽은 가냘픈 영혼의 소리를 ..

독자봉

오름… 들꽃… “비우러 간다 채우고 온다.” 늦가을 독자봉에서 보낸 편지 통오름과 이웃해 있는 독자봉은 비고 79m, 둘레 2,122m로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ㄷ자형으로 길게 뻗어 내려있다. 독자봉은 독산, 망오름 등으로 불리고 있다. 독자봉은 가슴속까지 씻겨 내리는 솔향으로 가득 찬 오름이다. 야트막하여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아름다운 들꽃까지 볼 수 있다. 솔향기 풍겨오는 오솔길에는 보랏빛 꽃향유가 반긴다. 꽃이 있는 곳에는 늘 나비가 따라다닌다. 꽃향기를 맡으며 날아드는 나비들은 꽃향기 속에 빠져들고 우리는 솔향기 가득한 숲속으로 젖어든다. 나무로 뒤덮인 오름이라 들꽃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했던 아름다운 들꽃이 제법 많다. 소나무와 삼나무로 조림되어 있는 그저 평..

통오름

고운풀밭 통오름에는 눈물꽃 편지가 한없이 피어난다. 유난히 푸른빛으로 물들어 놓은 하루다. 누구의 눈빛이기에 저토록 청아하게 곱디고운 눈빛으로 하늘 가득 담아내고 있을까. 누구의 그리움이기에 저토록 은빛 지느러미를 팔딱이며, 온 들녘을 누비고 있는 것일까. 들녘마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억새 물결이 참으로 고운 가을이다. 성산읍에서 성읍민속마을로 가다 보면 두 개의 오름이 보인다. 통오름과 독자봉 사이로 도로가 나 있다. 통오름은 비고 43m로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화산체다. 오름 모양이 물건을 담는 통과 비슷하다 하여 ‘통오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통오름은 햇살 가득한 들꽃으로 온통 들꽃 축제를 열고 있다. 가을꽃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놓을 만큼이나 보랏빛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랏..

천아오름

낙엽이 쌓여간다. 깊어 가는 가을, 계절은 어김없다. 낙엽 밟으며 늦가을 속으로 ▲ 천아오름은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소나무와 각종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은빛 너울대는 억새 들길 따라 가을의 끝자락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의 정취에 젖는다. 제1 산록도로변에 있는 천아오름은 신엄공동목장안까지 시멘트 포장길이 개설되어 있다. 천아오름 초입에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며,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 주변에 학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소나무 꼭대기에 앉더니 차 소리에 파드득 날아 가버린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되어있어 쉽게 차로 갈 수 있으나, 그동안 너무나 급하게 정상만을 향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천아오름 표지석 곁에 주차를 하여 걷는다. 표지석에서 오름까지는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