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겨울 오름을 찾아서

겨울 오름을 찾아서 온통 세상이 하얗게 덮였다. 흑백만이 존재하듯 수묵화를 그려내는 오름 풍경이 이채롭다. 이렇게 눈이 쌓이는 날이면 오름의 풍경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다. 겨울의 흑과 백의 진미(眞美)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오름에서 펼쳐지는 오름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다. 모구리오름은 표선면 성읍리 영주산에서 북서 방향으로 약 2.3km 지점에 있다. 완만한 산등성이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져 남쪽으로 크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이 오름 내부에는 작은 알오름이 있는 이중구조 화산체다. 모구리오름은 한자표기로 '모구악(母拘岳)'이라 불린다. 이 오름에는 모구리야영장이 있어 오름 주변이 잘 정돈되어있다. 정원 같은 느낌이 들만큼이나 아담하다. 산책길에는 한여름에..

바람의 고향, 제주

비릿한 갯내음이 풍겨오는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하얀색 풍력발전기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이 보인다. 바닷바람을 모아 빙빙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는 행원리의 매력이며 자산이다. 바람의 고향인 제주답게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모으고 있다. 행원리의 풍력발전기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또한, 여행객은 행원리만의 가진 환상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제주는 이처럼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섬광의 빛으로 반짝이며, 사계절을 열어놓는 천혜의 바다가 있다. 종달리의 해안도로로 접어들면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숲이 보인다. 청둥오리 떼가 한가롭게 노니는 풍경이 펼쳐진다. 눈부신 햇살이 잔잔한 물 위로 또르르 굴러 내리며 살며시 속삭인다. 반짝임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를 지켜보는 지미봉이 우뚝 솟아있다. 특히 우도 서빈백사..

안개 속에 묻힌 산행

안개 속에 묻힌 산행 한라산 한두 방울씩 흩뿌리는 아침, 산행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다행히 영실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엷은 안개가 발밑을 감싸며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소나무, 참나무 숲길이 열리는 이 산길을 명상의 산책코스로 잡고 싶다. 슬슬 산책하면서 걷다 보면 물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오고 간간이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평화롭게 들려온다. 헐벗은 나목의 숨결이 들려오는 숲에는 조릿대로 무성하다.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들의 노랫소리, 찰랑거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산길에서 명상을 잠시 해본다. 나뭇잎들이 물 위로 하나 둘씩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 산길에 쌓인 돌탑 무더기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기원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

금오름

검은오름 (금오름) 늦가을 향연이 들녘을 누빌 즘이면, 누구나 어디론가 한 번쯤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알몸으로 누워있는 오름이 하얗게 몸 비비며 술렁거린다. 은빛 물결치는 오름, 세찬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누가 손짓하지 않아도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오름은 저마다 휘파람 불며 서로 끌어안고 모질게 뒹굴고 있다. 오름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삼백육십오일 잠들지 않는 바람, 바다를 끌고 와 오름 안으로 던져놓고 가는 모진 바람, 오름에 부딪히며 다시 살아나는 바람, 모진 바람이 있어 오름은 강하게 부드럽게 알몸으로 눕는다. 오름 천국이 펼쳐진다. 늦가을이 되면, 마치 바닷속 물고기들이 뭍으로 나와 은빛 지느러미를 자랑하듯 온 들녘을 누비며 술렁거리는 듯하다. 평화로에서 이시돌목장으로 접어들면 사다리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