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
검은오름 (금오름) 늦가을 향연이 들녘을 누빌 즘이면, 누구나 어디론가 한 번쯤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알몸으로 누워있는 오름이 하얗게 몸 비비며 술렁거린다. 은빛 물결치는 오름, 세찬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누가 손짓하지 않아도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오름은 저마다 휘파람 불며 서로 끌어안고 모질게 뒹굴고 있다. 오름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삼백육십오일 잠들지 않는 바람, 바다를 끌고 와 오름 안으로 던져놓고 가는 모진 바람, 오름에 부딪히며 다시 살아나는 바람, 모진 바람이 있어 오름은 강하게 부드럽게 알몸으로 눕는다. 오름 천국이 펼쳐진다. 늦가을이 되면, 마치 바닷속 물고기들이 뭍으로 나와 은빛 지느러미를 자랑하듯 온 들녘을 누비며 술렁거리는 듯하다. 평화로에서 이시돌목장으로 접어들면 사다리꼴 ..